1908년 3월 23일. 일사늑약을 비호하고 일본 침략을 정당화하는 궤변을 일삼은 친일파 미국인 스티븐스가 조그마한 체구의 동양인에게 주살 당한다. 전명운이란 이름의 그 동양인은 권총이 불발되자 맨손으로 달려들어 격투를 벌였으며 이에 또 다른 동양인 장인환이 권총을 주어 들어 3발을 발사, 망언을 일삼은 일제의 주구를 척결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이 페리항구에서 일어난 사건을 ‘페리의거’라 한다.

‘죽암 전명운 의사 페리의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흉상·기념비 제막식이 5일 읍 향교리 담양전씨 선산에서 ‘죽암 전명운 의사 기념사업회’(회장 전봉훈) 주관으로 거행된다.
200여년 전 ‘불사이군’의 정신으로 담양에 내려와 뿌리를 내린 고려 충신의 후예로 충절을 본받은 전명운 의사는 1884년 6월 25일 서울에서 태어나 1947년 11월 18일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1908년 3월 21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스티븐스는 일제의 한국침략을 옹호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갖고 망언을 일삼았다. 스티븐스는 미주 한인들의 독립운동단체인 공립협회와 대동보국회 회원들의 항의방문에도 폭언을 서슴지 않으며 궤변을 그치지 않았다.

이에 다음날, 공립협회 회원이었던 전명운은 스티븐스를 사살하기로 결심하고 23일 페리부두에 도착한 스티븐스의 가슴에 방아쇠를 당겼다. 권총은 불발됐다. 앞뒤 계산할 것 없이 전명운은 몸을 던졌다. 스티븐스는 살기 위해 발버둥쳤으나 그럴수록 목은 조여왔다. 하늘을 울린 세발의 총성. 대동보국회 장인환이 떨어진 총을 주어 스티븐스를 향해 발사했다.

전명운 의사는 현장에서 체포돼 97일간의 조사 끝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보석 석방되고 그해 9월 공립협회 밀명을 받아 연해주로 이동, 그곳에서 독립군기지 건설에 진력했으며 이상설, 정재관, 이범윤 선생들과 독립운동 방향을 논의했으며 안중근 의사와 함께 지냈다.

‘페리의거’는 안중근 의사에 큰 영향을 미쳐 이등박문을 주살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역사에 의해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상 최초의 의혈투쟁으로 인정받고 있다.

1년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전명운 의사는 미국 순회강연을 통해 상해임시정부 군자금을 모금하며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한다. 1962년 3월 1일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받고 1994년 4월 고국의 국립현충원에 안장됐지만 의사를 기리는 기념물이 없던 차 기념사업회의 주도로 이번에 흉상 등이 설치됐으며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지정받을 예정이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