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세일즈맨?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 먹는 거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의 의미를 설명하며 했던 말이다. 이 대통령은 “낙농업 하시는 분들, 소 키우시는 분들 보상을 하면 숫자가 적으니까 될 것이고, 도시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고기를 먹는 거는 그렇다”라고 언급하던 끝에 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

급기야는 일선 공무원까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홍보(?)에 나섰다. 한미 쇠고기 협상을 주도한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물질만 제거하면 안전하다. 마치 독을 제거한 복어를 우리가 아무런 걱정 없이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말했다.

축산 농가를 비롯한 농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세일즈맨으로라도 나섰느냐.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과 공무원인지 모르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까지 전개했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첫 방미 외교는 국민 건강권과 검역 주권을 갖다 바친 조공외교이자 맹종외교였다”고 맹공했다.

청와대도 '강부자'가 점령

“재산이 많다고 무조건 공격해선 안 된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로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사회적 낭비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하는 고위공직자 103명의 재산공개 결과 이른바 ‘강부자’(강남 땅부자)가 내각뿐만 아니라 청와대까지 완벽하게 점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민심이 흔들리자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 것이다.

류우익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내의 장·차관급 인사 10명의 평균재산은 약 35억원. 말마따나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유재산제를 인정하는 대한민국에서 비판 받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등 재산형성 과정에 적지 않은 의혹이 있었던 당사자들은 솔직하게 해명하거나 깨끗하게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애초에 제대로 인사검증 못한 것이 사회적 낭비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이 아닐까.

"허물 떠안고 가겠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특검수사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하면서 했던 말이다. 삼성그룹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실질적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으면서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직후 45세의 나이로 회장으로 취임해 삼성의 매출액을 9배, 이익을 52배나 성장시키는 신화적 기록을 일궈냈지만 21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자”는 상징적 발언으로 유명했던 1993년의 ‘신경영’ 선언. 그러나 정작 이 회장 자신은 비자금 조성과 불법승계라는 낡은 관행을 바꾸지 못해 불명예의 중도하차를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