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1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5.16혁명 등 격동의 30년을 보내고 피폐해진 향토(鄕土)에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담양인물집 (朴成煥 編著; 前 담양축협조합장)’이 출간됐다.

책은 독립투사 등의 활동을 조명(照明)해 “담양얼(潭陽魂)을 발굴함으로써 애향정신을 드높이고 인재를 배출해 보다 잘 사는 새 담양 건설, 위대한 고장을 창조한다”는 기치(旗幟)를 높이고 있다. 이는 1930년대부터 70년대 선각(先覺)의 인물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향후 30년간 미래 1세대로 담양의 주인공이자 길잡이가 되리라 촉망받는 당시 신세대를 소개함으로써 웅비(雄飛)의 새 潭陽을 꿈꾸고 있다.

30년 전 한 세대를 되짚으며 미래 30년을 준비한 선배들의 애향정신을 편달(鞭撻)삼아 다시 3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쇠락일로에 선 潭陽에 위기의식(危機意識)의 논제(論題)를 전하고 애국(愛國)과 애향(愛鄕)으로 헌신한 담양의 인물들을 다시 소개함으로써 담양혼(潭陽魂)의 부활(復活)을 기대한다. (편집자)

① 고하 송진우 (古下 宋鎭禹)

본적: 金城面 帶谷里 연령: 1890년 5월 8일 生

학력: 1896. 성리학자이며 의병장 기삼연(奇參衍)에게서 수학(受學) 1905. 장성 백양사에 들어가 김직부(金直夫)에게 수학 1906. 창평영학숙(昌平英學塾)에서 신학문 수학(김성수 알게 됨) 1907. 변산(邊山) 내소사(來蘇寺)에서 수학(백관수 알게 됨) 1908. 일본 동경 세이소쿠(正則)영어학원 이수 1909. 일본 동경 긴조(錦城)중학교 이수 1910. 김성수와 早稱田대학 입학 1911. 명치대학에 전입학 1915. 동교졸업

경력: 1917~1919. 중앙학교장 1920~1942. 동아일보발간 허가 얻어 초대 사장 취임. 역임사장 또는 주필 역임 1944. 東本社 사장 1945. 한국민주당 결성

民族의 星座

선생의 평생을 두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고난하시다 순사(殉死)하신 영령 앞에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비나이다. 애국자! 독립투사! 반일잔제투사! 민족의 영도자이자 절대애향자! 그리고 절대청인! 민족의 성현이신 횃불이시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담양을 古下村이라 할 만큼 그 이름 빛났고 담양의 빛, 담양의 영광을 안겨주신 위대한 정치지도자이며 예견(豫見)의 현사(賢士)! 이십년 앞을 내다보고 민족해방을 예견하였고 세계제1차대전의 종말을 통달한 신비(神秘), 그리고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실의 민족적 숙명적 비애를 선견하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를 갈파(喝破)하고 나라를 걱정하였다.

1945년 12월 28일 미영중소 4대국 간 “한국을 기한부 신탁통치한다”는 결정이 보도되자 김구선생과 민족적 거부태도를 결정하였던 그 다음날 12월 30일 巨星은 비통할 흉탄에 순사하였으니 오호(嗚呼) 무상(無常)이도다. 천지 무상이도다.

평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고생하시다 끝내는 가슴 한 번 펴보지 못하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다가 56歲를 일기(一期)로 이세(異世)에 떠났으니 통탄(痛歎) 불금(不禁)하는 바이다.

고하선생의 영령 앞에 다시금 머리 숙이며 이곳에 선생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기로 한다.

고하선생의 아명은 옥윤(玉潤)이라 했고 1890년 금성면 대곡리 父 壎, 母 梁氏의 다섯째로 탄생한다. 아명 옥윤이라 함은 태몽에서 금빛 나는 가지를 채소밭에서 한 아름 땄다는데 인연한 것이며 영산 추월산의 정기조화임이 분명하리라. 선생의 유년기는 비범한 영재로서 4세때부터 한자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7세부터는 성리학자이자 애국지사인 기삼연 선생에게 글을 배워 크게 영향을 받았다.

이분의 교훈은 “小我를 버리고 大我에 살라. 조국을 찾아야 한다.”였다. 그후 창평영학숙에서 신학문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때에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과 心交를 맺게 되어 평생을 같이 살면서 나라와 겨레를 걱정하였다. 1908년 19세 때에 인촌과 함께 일본에 유학하여 早稱田대학과 明治대학을 이수한 후 귀국하여 인촌과 같이 중앙학교와 동아일보를 창설하였다.

중앙학교(현 중앙고등학교)하면 인촌선생과 현상윤(玄相允), 이승훈(李昇勳) 등과 함께 3·1 기미 독립운동을 계획했던 본산임은 말 할 나위도 없다. 동아일보는 당시 조선일보와 함께 쌍벽(雙壁)하여 민족혼을 전승해온 소중한 민족지(民族誌)로서 자신이 사장이자 주필이 되어 1920~1942년 20여 년간 반일반제(反日反帝) 투쟁을 계속해왔던 선생의 사상적 보금자리였다.

30세(1919년) 당시의 국제정세는 구주대전(歐洲大戰, 구주=유럽, 세계제1차대전) 종전 후 민족자결론이 대두되자 고하선생은 인촌, 현상윤 등과 민족거사를 계획, 회의 끝에 고하선생의 주장에 좇아 국내운동을 전개키로 하였고 인촌선생은 비용을 부담하며 고하선생은 상해, 동경, 북미 등에 연락책임을 맡고 국내외 각계각층의 동조 하에 마침내는 3·1독립선언과 함께 거국적인 운동에 성공하니 장하도다.

동아일보는 그간에 많은 시련을 겪어야만 했고 고하 자신도 옥고생활을 수없이 되풀이해 왔으나 굴하지 않았고 특히 1925년 8월 동아일보에 전후 20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세계대세와 조선의 급변’ 제하의 대논문(고하선생 집필)이야말로 대담한 선견적 예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1931년 ‘브나로드’ 운동(러시아로서 ‘민중 속으로’라는 뜻임)이 동아일보의 손에 전개되어 젊은 지성인, 학도 등이 동원되어 전국방방곡곡에서 농촌계몽의 횃불이 점화되었으니 춘원 이광수 씨의 역작 ‘흙’은 이를 뒷받침하였던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충무공의 후손들이 가난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자 겨레에 평소하여 기부금을 걷어주는 등 많은 애국동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왔다.

1940년 동아일보는 지령6819호로 강제 폐간되며 그간 무기정간 4회, 판매금지 63회, 압수 469회, 삭제 2423회를 기록하다 일제 말엽의 심한 감시 끝에 감격의 8.15해방을 맞이하게 되자 희망과 환희이기에 앞서 국가운명을 걱정하여야 했다.

해방 일개월 후에야 숙고 끝에 국민대회소집을 계획하며 이어 한국민주당을 결성하여 당수는 망면선배 중에서 추재(推載)할 것을 주장하고 수석총무에 취임하며 그후 11월에 이승만 박사와 국민총동원의 방법을 협의 또는 임정요인(臨政要人)을 예방하여 12월에는 민족진영의 사당회동(四黨會同)을 추진하고 아놀드 미군정장관과 회담하여 반탁시위(反託示威)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등 통일조국의 염원에 헤매던 중 동년 12월 30일 운명의 새벽, 거성이 이 땅에서 살아졌으니! 오후 통재하도다. 이 슬픔 어찌 담양뿐이랴. 온 한민족의 슬픔이도다. 하늘보고 땅을 쳐봐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민족의 恩人! 그러나 선생 평생을 두고 조국과 민족 앞에 받쳐진 애국지성이야말로 조국의 먼 훗날까지 靑靑히 전해지리라. 오늘의 민족문화의 전당 고려대학도 선생의 힘에 비롯됨을 밝혀둔다.

끝으로 영걸(英傑) 송진우 선생의 冥福을 빈다. /정리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