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강 고정주 고택 등 3건은 문화재 '눈앞'

월산면 용흥사(龍興寺)에 있는 용흥사범종이 ‘보물 제1555호 담양 용흥사 순치원년명 동종’으로 지난 12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승격 지정됐다. 또 전남도는 창평 삼천리 춘강 고정주 고택과 장화리 이승기 박사 고택, 읍 호국사에 소장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지난 13일부터 전라남도 지정문화재로 지정 예고해 30일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道 지정문화재로 지정될 전망으로 郡 지정문화재는 63개소로 늘어나게 됐다.

보물로 지정된 ‘담양 용흥사 순치원년명 동종’은 “사장(私匠; 민간의 장인) 김용암(金龍岩)이 순치(順治) 원년(현종, 1644)에 동종을 조성했다”는 명문이 전해져 정확한 조성연대를 알 수 있으며 종신에 새겨진 인동당초문과 보살상 등은 조형미와 비례감이 뛰어나 주조 기술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종 고리에 쌍룡(雙龍) 대신 활력이 넘치는 사룡(四龍)을 채용해 특이함을 나타내고 있으며 조선 영조대왕을 낳은 숙빈 최씨(1670~1718)와 인연이 있는 종으로 전설이 전한다.

법력이 높았던 용흥사 스님은 후일 효성이 높은 한 소녀가 절에 딸린 암자에 들어와 생활하다 용구산 산신령의 인도로 고관대작을 만나 입궐하게 되며 이윽고 왕을 낳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후세에 길이 남을 성군을 기리기 위해 용 네 마리를 종 머리 삼아 부처님께 바친다. 이에 스님의 예언대로 32년 후 창평에서 최복순(崔福順)이란 여아가 들어왔는데 함께 온 가족은 모두 장티푸스에 걸려 있었다. 큰딸이던 복순의 극진한 간호에도 가족은 모두 죽고 이를 슬퍼하며 매일 기도를 올리니 이를 불쌍히 여긴 용구산 신령이 복순의 꿈에 나타나 나주목사 부임행차를 가르쳐 주며 “그곳에서 길을 찾게 될 것”이라 인도하게 된다.

복순은 신령의 말에 따라 장성 갈재에 나가 부임하는 나주목사의 행차를 만나게 되고 거기서 목사부인의 눈에 띄어 몸종으로 채택된다. 인현왕후 민씨의 집안이던 목사 부인은 얌전하고 영특한 복순을 궁녀로 천거해 입궐시키고 인현왕후를 보필하게 한다.

7세의 나이에 인현왕후 민씨를 시중들던 궁녀 복순은 민씨가 장희빈에 의해 안국동에 유폐됨에도 의를 저버리지 않고 매년 민씨의 생일이면 상을 차려 그녀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그러던 중 숙종은 남몰래 민씨의 생일상을 차려 놓고 기원을 올리고 있는 궁녀를 보게 됐고 그 궁녀는 총애를 입어 아이를 갖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장희빈이 최궁녀를 옹기에 가둬 굶겨 죽이려 하나 숙종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숙종이 잠자리에 들어 꿈을 꾸니 궁중에서 용 한 마리가 하늘에 오르려다 떨어지는 꿈을 꾸고 이를 이상하게 여겨 궁궐을 순행하다 옹기 속에 갇힌 최궁녀를 구한 것이다. 이에 태어난 왕자가 후일 영조가 됐으며 영조는 자신의 즉위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즉위 이듬해에 어머니가 소녀시절을 보낸 용흥사를 증축하고 숙종의 꿈에 나타나 자신을 살린 용구산 신령을 기려 산이름을 몽성산(夢聖山)이라 했다.

이와 함께 용흥사 초입인 ‘바심재’에 대한 설화도 있다. 후일 자신의 처지를 스님으로부터 예지받은 복순이 나주목사를 만나 고개를 넘으며 마음을 다잡은 곳이라 하여 바심재(所心峙)라 이름 지어졌다하니 말단 궁녀에서 후궁 최고 위치인 정1품 숙빈까지 오른 어린 소녀의 원대한 꿈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전라남도 민속자료로 지정예고 된 ‘창평 춘강 고정주 고택’은 전통 한옥과 돌담장이 잘 보존된 슬로시티 창평면 삼천리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웅장한 솟을대문을 비롯해 안채는 ㄷ자형 건물로 우측은 누마루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육효당(六爻堂)이라는 바깥사랑채에는 각 기둥마다 주련이 걸려있다.

춘강 고정주(1863~1933) 선생은 영학숙, 창흥의숙(현 창평초교)을 설립한 한말 근대교육의 선구자이다.

‘창평 장전이씨 고택’으로 명명된 이승기(1905~1996) 박사 생가는 1875년에 초창돼 안채와 사랑채, 곡간채 등이 잘 갖추어진 남도 양반 주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승기 박사는 세계 최초로 합성 섬유인 비날론(Vinalon)을 발명한 과학자로 한국 전쟁 시 월북해 북한에서는 ‘노력영웅’ 칭호까지 얻은 유명한 과학자이다.

읍 호국사에 소장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1660년 옹혜스님, 의탄스님 등이 조성하였다”는 발원문이 발견됐으며 원만한 상호와 안정된 무릎자세 등은 조선 후기 목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정예고에 들어간 ‘춘강 고정주 고택’ 등이 道 문화재로 지정 될 경우 郡의 지정문화재는 63개소로 늘어난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