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사교육비 실태를 발표하였다. 사교육비 20조400억원(국가예산의 12%), 초중고생 77%가 사교육을 받고 있고 월평균 지출액은 22만2천원, 소득별 편차는 8.8배로 나타났다. 고등학교까지 들어가는 사교육비용은 4370만원이라고 한다.

그동안 사교육비와 관련 정확한 통계가 없었다. 그래서 사교육비가 공교육예산을 추월할 것이라는 말이 소문처럼 떠돌았는데 이로써 소문이 명백히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사교육비 20조시대의 의미는 몇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는 공교육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은 공교육의 부실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비부담 고통이 정말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아 대학까지 보내려면 수억원이 소요된다. 이는 부자나 가난한 집이나 비슷하기 때문에 그만큼 서민들에게는 더욱 심한 고통일 수 밖에 없다.

셋째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부의 대물림, 사회양극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이다. 통계를 통해 확인 되었듯이 소득간 사교육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이로 인해 교육을 통한 기회의 균등화, 계층이동, 부의 재분배는 더욱 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넷째는 사교육비의 증가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초중고 교육은 사고력, 창의력을 키우고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하여야 하는데 사교육은 시험 중심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사교육은 선행학습, 중고등학교는 입시중심이 되다보니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다양한 능력 개발, 인간관계 형성 학습 등이 어렵게 되는 점도 길게 보면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사교육의 원인으로 부모들이 대학서열구조와 학벌중심사회(기업채용시 학벌중시)를 꼽았다. 매우 본질적인 원인을 그대로 드러낸 조사결과이다. 따라서 부분적인 입시제도의 개선 등으로는 사교육비가 절대로 줄어들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비 20조시대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첫째로 대학서열구조를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새롭게 바꿔야 한다. 단계적으로 대학평준화체제로 바꿔야 한다. 부모의 재력과 사교육에 의해 형성된 학벌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의해 평가 받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학벌 차별을 해소하여야 한다. 이는 해결하기 어렵지만 우리사회가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셋째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육재정을 대폭 확대하는 등 국가책임교육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덥고 추운 교실, 콩나물 교실, 학부모 부담 의존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공교육이 불가능하다.

물론 교육을 바꾸는 것은 오랜기간의 실패를 통해 경험했듯이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처럼 역설적으로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정부재정의 많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하지만 교육은 시장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정부의 책임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명박정부의 영어교육강화, 대입자율화 등 사교육비 절반정책이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두배 정책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교육비 40조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사교육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개선이 아닌 혁명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