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움츠렸던 산과 들녘에 봄기운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이맘때 봄비가 내리지 않으면 지자체 공무원들은 산불방지 비상근무로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솔직히 한정된 인력과 조직으로 광활한 산림을 지켜 내기가 무척 어려운 일이기에 따사로운 봄날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산림면적은 전 국토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70년대부터 시작된 산림녹화사업은 6·25전쟁과 온돌문화로 땔감 마련을 위한 마구 베기로 황폐화된 산림을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른 기간에 울창하게 바꿔놓은 쾌거를 이룩했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조성된 숲은 오늘날 우리에게 막대한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대기 정화, 수원 함양, 토사유출 및 붕괴 방지, 야생동식물 보호, 휴양지 제공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제공하여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산림의 공익적 기능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치가 아니므로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전체 산림이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는 공익적 가치는 1년간 약 6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 1인당 약 136만원의 혜택을 매년 숲으로부터 얻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잘 가꿔진 산림이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산불로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려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전체 산불 80%가 봄철에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봄철의 건조한 날씨와 산행객들의 증가, 그리고 청명과 한식을 맞아 많은 성묘객들이 산불발생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담양군에서는 3건의 산불로 1.3㏊의 산림이 훼손되었다. 전국적으로는 418건의 산불이 발생되어 230여㏊가 피해를 입었고, 올해 들어 벌써 80여건이 넘게 발생되어 38㏊가 불에 타버렸다.

다시 떠올리기 싫은 2000년 동해안 산불은 2만3천여㏊ 폐허가 됐고 700억원에 이르는 재산피해와 함께 17명의 시상자가 발생하였다. 당시 산불로 황폐화된 자연 생태계가 온전히 복원되려면 50여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이렇듯 산불은 단순한 수목의 소실뿐만 아니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피해와 환경적 재앙을 가져다주기에 그 심각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산불발생 원인은 입산자 실화 43%,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 27%, 담뱃불 실화 9% 등 대부분 사람들의 사소한 부주의로 인하여 발생하고 있다. 담양군은 올해도 어김없이 봄철 산불방지를 위한 경계태세를 확립하고 있다. 산불감시원이 취약지에 대한 순찰활동을 강화하는 등 예찰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비상근무조를 편성하여 산불발생시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만의 산불방지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감시활동이 함께 전개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산불발생의 불씨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불방지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산에 오를때에는 라이터, 버너 등 인화성 물질을 절대로 가져가지 말고,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는 취사, 야영, 모닥불을 피우거나 흡연을 삼가야 한다. 특히, 병해충 방제에 뚜렷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논·밭두렁 태우기를 관습적으로 일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에 숲과 나무가 없는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황량할 것인가를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산불방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산불예방 수칙을 충실히 지켜 그동안 애써 가꿔온 소중한 산림자원을 잘 보전하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