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관방천' 노래비 가사 바로 잡아야

관방제림의 정취를 한 폭의 풍경화처럼 느낄 수 있는 노래 ‘추억의 관방천’

출향인들의 심금을 울리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이 노래를 郡과 담양문화원은 작년 12월 관방제림 조각공원 내에 노래비를 세우고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노래비에 새겨진 가사가 원곡의 가사와 다르게 새겨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노래를 불렀던 조규선 씨에 의하면 2절 첫 소절과 3절 첫 소절의 가사 일부분이 원래와 다르게 적혀 있다는 것.

조씨에 의하면 2절 도입부분인 “풍경소리 양각산의 적막을 깨고”에서 양각산이 아닌 양각사이며 3절 “구부러진 황새목길 홀로 거니는”은 거니는이 아닌 거느리며라는 것이다.

당시 노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도 풀어놓은 조규선 씨는 노래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감정뿐만 아니라 그 뒷이야기도 남겨지기 원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때는 1961년 5월16일.

운명이었던가. 노래 ‘추억의 관방천’은 5.16군사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작곡가의 애잔한 마음을 담아 꽃처럼 피어올랐다.

군사혁명이 일어나기 며칠 전 작곡가 김초송의 극단은 담양을 찾는다. 당시 김초송은 연예계의 거물로 360여 곡의 주옥같은 노래를 만든 인물일 뿐더러 전국을 주름잡던 극단계의 ‘큰 손’이었다.

그런데 이런 김초송의 극단이 담양에 도착했을 때 혁명이 일어나고만 것이다.

추상같은 혁명정부의 계엄령은 공연은커녕 김초송의 극단을 꽁꽁 묶었다. 혁명정부는 모든 집회뿐만 아니라 모임까지도 금지시켜 버린 것이다.

밤이면 통행금지가 내려져 거리는 죽은 도시 같았으며 총을 멘 군인들은 도시 곳곳에 배치됐다. 서슬 퍼런 혁명의 칼바람 속에서 김초송의 극단은 이윽고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음악만 알던 한 예술인은 타관에 혼자 남게 된다.

하루아침에 문전걸식 신세가 된 김초송은 호구지책으로 담양서 이름난 풍류객을 찾는다.

김초송 생각에 ‘음악 좀 하는데다 내 명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숙식해결은 무난할 것이다’라는 계산이 선 것이다.

그래서 만난 인물이 ‘추억의 관방천’을 작사한 전두옥(당시 담주리2사무소 관사거주). 당시 전두옥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기타와 노래에 일가견이 있었다.

김초송은 이후 두 달여 담양에 머무는 동안 거의 전두옥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로 그와 친분을 쌓았고 전두옥 또한 김초송을 예능의 선배로 믿고 따랐다.

그 뒤 김초송은 전두옥 외에도 최상규(당시 객사리 금성여관 운영)나 국정근처럼 담양읍에서 음악을 좋아하던 풍류객들과 차츰 소통하게 되고 이들 모두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당시 가요계 거물이던 김초송을 서로 자신의 집에 데려가기 바빴다.

그러나 그러한 환대 속에서도 김초송은 외로웠다. 가녀린 심성의 예인이었던 김초송에게 혁명군의 계엄령은 매섭기 그지없었고 극단 식구들마저 뿔뿔이 흩어진 상황에 연고도 없는 외지에 홀로 남아 타인에게 신세 지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면 서러운 마음이 눈앞을 가렸을 것이다.

김초송은 이러한 애잔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가며 관방제림을 걸었을 것이다. 추월산에 걸린 달과 관방천의 물소리는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을 것이고 이는 다시 노래로 흘러 나왔다.

노래를 부른 조규선 씨는 “김초송이 만든 그 어느 노래보다 쓸쓸한 감정이 살아 있는 ‘추억의 관방천’은 당시 그가 겪은 상황을 대입한다면 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며 김초송과 노래와의 연관관계를 풀이했다.

“조각달이 추월산에 외로이 뜨고 관방천의 물소리는 처량도 한데 님 가시고 소식 없는 관방천에서 나와 같이 홀로 섰는 종대가 섧다 풍경소리 양각사의 적막을 깨고 우거진 대밭소리 뻐꾹새 울면 정만 두고… …”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을 알고 다시 가사를 음미하면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로움을 달랬을 한 예술가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러나 여기서 남는 한 가지 의문 “작사가는 전두옥이 아닌가?”이다. 이에 대해 전두옥에게 신세가 많은 김초송이 작사를 도왔거나 자신을 돌봐준 보답으로 그의 이름을 작사가란에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당시 김초송과 교유했던 인물들의 후문.

노래비를 관리하고 있는 군관계자는 가사의 오류에 대해 “가사가 전해지던 가운데 오자가 발생해 그대로 노래비에 조각된 것 같다”며 “최대한 방법을 강구해 바르게 고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