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자동차 협상 내용에 위헌 소지가 있다.” 최재천 의원의 주장이 아닙니다. 심상정 의원의 주장도 아닙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작성한 869쪽짜리 공식보고서에서 나온 주장입니다. '농업을 비롯한 일부 취약 분야의 일정한 희생을 감수하되 자동차와 휴대폰 등의 수출 길을 넓혀서 국부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개방론자들의 지론이었습니다. 사실 자동차 협상은 정부가 한미FTA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언급할 때 유력한 근거로 제시했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협상 내용에 위헌 소지가 있다니요!

“배기량 기준 5단계 자동차 세율을 3단계로 바꾸고 특별소비세율을 단일화하며 배기량 기준세제의 신설을 금하는 양측의 합의안이 헌법 규정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 통외통위 공식보고서에 등장한 표현입니다.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규정에 비춰 볼 때 FTA에서 구체적으로 세율의 상한을 정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문제는 특소세 개편 등이 일본산과 독일산 차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경제적 피해가 불을 보듯 뻔히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통외통위는 한미FTA에서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지는 부담의 비율도 불평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일방적으로 져야 하는 부담은 55개 항목인 반면 미국은 7개 항목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미국보다 한국이 8배 정도 불리한 내용으로 FTA 협상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와 비교해 봐도 과다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과 호주가 FTA를 추진하면서 합의한 일방 의무 규정은 미국이 8개 항목, 호주가 6개 항목이었다고 합니다. 우리 현실과 정반대임을 알 수 있지요.

지금까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한미FTA 위헌 주장을 한 적은 몇 차례 있습니다. 그러나 통외통위라는 상임위가 공식보고서에서 한미FTA의 위헌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미FTA 국회비준 동의안 통과의 필요성과 시급성만 강조되는 우리 사회 분위기는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