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장에 꽃다발가지고 나와라” 초등생이 후배에 강요

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선배들이 자신들의 졸업식에 꽃다발을 들고 찾아올 것을 후배들에게 강요하고 실제 졸업식장에서 꽃다발을 전달받아 문제가 되고 있다.

담양 A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B씨는 지난 15일 아침 자신의 아이가 갑자기 돈을 요구하기에 자초지종을 물었다. B씨의 아이는 처음엔 “잘 아는 선배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꽃다발을 사기 위한 것”이라며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피하려 했지만 B씨는 아이의 표정에서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아이를 안심시키며 되물었다.

수차례의 질문 끝에 체념한 듯 한숨부터 내뱉은 아이는 선배들이 마주칠 때마다 “꽃다발 가지고 나올 거지” “넌 무슨 선물해줄래” 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했으며 이에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에 학부모 B씨는 “선물은 마음에서 우러날 때 진심으로 하는 것이다”며 타일렀으나 이미 사태는 심각했다. 학부모 B씨의 아이를 비롯해 5학년생들이 선배들이 지나가며 던진 한 마디에 부담을 느낄 때까지는 그동안의 일들이 중첩됐기 때문.

학기 중 6학년 몇몇 학생들이 화장실에 5학년생들을 불러 놓고 “왜 인사를 안 하냐” “앞으로 인사하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거의 모든 5학년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사할 것을 강요했으며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교사들 앞에서 5학년 여학생들이 선배들에게 너무 깍듯이 인사를 하자 다시 “선생님들 앞에서는 인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

또 작년 크리스마스 전에는 6학년생들이 후배들을 상대로 마주칠 때마다 “넌 누구누구를 챙겨라” “이번 크리스마스 때 한번 보자”는 식으로 계속적으로 은연중 강요해 나중에는 그 수가 불어나 5학년 여학생 거의 모두에게 ‘선물전달명령’이 지시됐으며 이에 5학년 여학생들이 ‘이번 크리스마스 때 선배들에게 선물을 하지 말자’고 공동으로 약속해 선물을 하지 않은 일까지 있었다.

B씨가 자신의 아이에게 들은 말에 의하면 “강요는 졸업식 전에 은연중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한 번에 3~4명이 함께 강요당했다”고 한다. 또 ‘누구는 누구에게 식’으로 꽃다발을 전할 사람과 전달받을 사람을 지정해 줘 거의 강제성을 띠었다.

이러한 사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학교 졸업식장을 찾은 B씨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아이의 말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B씨의 목격에 의하면 아이의 친구들인 5학년생 4~5명이 꽃다발 없이 졸업식장에 들어갔다가 다시 꽃을 사러 나오는 것을 보았고 그것을 목격한 자신의 딸도 꽃을 사지 않겠다던 자신과의 약속과는 다르게 꽃을 사들고 식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B씨의 말이다. “아이가 처음엔 자기 혼자 꽃을 안 사가면 선배들에게 혼날 것이라며 두려워했으나 다른 아이들처럼 꽃을 사가지고 갔기 때문에 지금은 마음을 놓은 상태”라며 “아이들은 선배들에게 선물을 할 일이 있으면 모두 함께 하든지 아니면 모두 함께 안하든지 해야지 괜히 혼자 빠졌다가 선배들에게 시달릴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들의 뒷면에는 작은 단초가 있었다. 교사들이 졸업식장에 노래를 부르러 참석하는 5학년생들에게 “선배들을 위해 작은 꽃송이 하나씩이라도 사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돼 6학년생들이 그때부터 “넌 뭐해줄래” “넌 뭐해줄래”라고 한 것.

“강요처럼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을 실제 눈으로 확인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라며 혼란스러워하는 B씨는 “아이의 말에 의하면 여학생의 경우 더욱 교묘하게 후배들을 괴롭히는 것 같아 초등학생들의 행동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고개를 내저으며 “이러한 일들이 중학생들까지 연결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한 A학교 교장은 이에 대해 “학생들에게 추억에 남는 졸업식을 선물하기 위해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선생님과 제자, 학부모들이 서로 교감을 나누며 애틋한 졸업식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은 부분에서 흠결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몇 학생들이 꽃다발을 많이 받는 것을 내보이기 위한 과시욕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교훈삼아 앞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되도록 지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