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6km에 40억 소요 1.5m당 100만원 꼴

▲금월교에서 담양호로 이어지는 제방을 바라본 모습

▣ 자전거이용 활성화사업

郡이 2005년 12월 15일 행정자치부로부터 확정받은 ‘자전거이용 활성화사업’이 ‘예산낭비의 典型’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전거이용 활성화 사업은 2005년 이전에는 국고보조사업으로 지자체가 사업을 신청하면 타당성 등 심사없이 국비가 지원되는 사업이었으나 2005년도부턴 상향식공모제로 바뀌어 지자체가 사업을 원하는 경우에만 선정 후 분권교부세 형식으로 사업비가 지원됐다.

이에 따라 군은 2005년 행자부에 사업을 신청, 같은 해 선정됐으며 행자부는 사업비 40억원(국비 32억원, 군비 8억원), 한시사업(2006. 2월~2009. 12월까지) 등의 사업내용을 확정해 2005년 12월 15일 군에 통보하고 2006년 1차 사업비 7억9000만원을 郡에 교부했다.

郡도 이에 발맞춰 8억원의 군비부담액 중 4억3000만원의 예산을 사업 첫 해 세웠으나 사업은 개시되지 않았고 국비와 군비를 합한 사업비 12억8300만원만 2006년도에 조성됐다.
올 2007년에는 추경예산 때 국비 9억1300만원이 다시 교부됐으나 군비 반영은 없었으며 이에 따라 군은 현재 ‘자전거이용 활성화사업’을 위한 재원 21억9600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 금성면 대성리(담양호 하부)~읍 금월리(금월교) 구간

‘자전거이용 활성화사업’은 영산강 발원지부터 무안에 있는 전남도청까지 자전거를 이용해 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전체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강을 끼고 있는 광주 광산구 첨단지역도 일부 자전거도로 설치를 위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담양을 지나는 영산강의 길이는 24km로 금성면 대성리 담양호 하부부터 광주 경계인 대전면 태목리 용산교 까지다.
이 24km 구간 중 郡이 설치해야 될 ‘자전거이용 활성화사업’에서의 ‘자전거이용’구간은 담양호 하부부터 금성면 입구 금월교 까지 6km며 6km가 지정된 이유는 이 구간이 지방하천구간으로 담양군이 관리기관이기 때문이다.

담양을 지나는 영산강 24km 중 담양군이 설치해야 될 구간 6km를 뺀 나머지 15km는 익산국토관리청에서 담당하는 국가하천이며 나머지 3km는 기존에 설치된 양각교부터 백진공원 구간과 관방제림 구간이다.

현재 자전거도로 담양군 구간 24km의 전체사업비는 126억원으로 산정돼 있으며 이중 군이 설치해야 할 구간이 담양호 하부부터 금월교까지 사업비 40억원의 6km 구간이다.

▣ 자전거도로?

자전거도로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자전거전용도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자동차 겸용도로.

자전거전용도로는 다시 하천변에 조성하는 하천형과 공원 내에 조성하는 공원형으로 나뉘는데 하천형은 다시 수변형(BWW)과 제방형(BWE)으로 나뉜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도로의 공간 분리여부와 방식에 따라 경계석형, 고압블럭형, 노면표시형으로 나뉜다.
마지막으로 자전거·자동차 겸용도로는 자전거의 통행이 차도에서 일어나는 형태로 자전거와 자동차 도로의 분리여부에 따라 분리와 비분리로 나뉘고 분리형은 연석이나 가드레일 등 공작물로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공작물형(CDG)과 단순히 노면표시로 분리하는 노면표시형(CDM)형이 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로’라 함은 “안전표지, 위험방지용 울타리나 그와 비슷한 공작물로써 경계를 표시하여 자전거의 교통에 사용하도록 한 도로의 부분을 말한다.”고 하고 있어 비교적 단순명료하다.

이렇듯 자전거도로의 개념상 의미는 단순·명료하지만 법체계에서의 지위는 막강하다. 1995년 1월 공포된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자전거법)을 보면 자전거도로는 지자체에 의무를 부과하고 하천관계법령의 우위에 있다.

먼저 자전거법의 부칙을 보면 각 광역·기초자치단체장에게 공포 후 2년 이내에 자전거도로 정비계획을 제출하게 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전거도로 개설사업이 개시되게 했으며 그 뒤 2005년이 되기까지 10년 동안 전국에 수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쏟아 부어 현재까지 예산 낭비의 주범이 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14조에는 자전거도로의 노선을 지정·고시한 때에는 “‘하천법’, ‘공유수면관리법’, ‘공유수면매립법’,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사방법’, ‘농지법’, ‘자연공원법’ 에 관련된 허가·면허·결정·인가 또는 승인을 얻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음으로써 자전거도로에 ‘전가의 보도’를 쥐어 주었다.

그러나 전국 어딜 가나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자전거이용은 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용도 되지 않는 자전거도로의 유지보수 비용문제로 각 지자체는 의회와 집행부간의 마찰만 일으키고 있다.

담양도 타 지자체와 똑같은 상황이다.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국비를 받기 위해 ‘탁상에서 짜여진’ 자전거도로를 만들었으나 포장 아스콘의 색깔만 다를 뿐이지(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중 노면표시형) 전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담양시장 옆 담양교(일명 양각다리) 밑에서 시작해 양각교 하부 백진공원에 이르는 약 1.7km의 자전거도로(자전거전용도로 중 하천 수변형)는 잡초만 우거져 있어 ‘이 곳에 자전거도로가 있었나?’하는 의구심이 일어날 정도로 이용자도 없고 관리도 되지 않고 있다.

또 예산 들여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이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 또한 예산낭비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 영산강 하천정화 사업

▲하천정화사업의 일환으로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조성된 자연석이 폐허가 된 자전거도로와 대조를 보인다.


이처럼 2004년까지는 국가사업으로 각 지자체는 의무적으로 자전거도로 정비계획을 제출해야 했고 막대한 예산을 받아 집행했으나 2005년부터는 상황이 바뀌어 자전거도로의 개설사업을 원하는 지자체만 심사·선정 후 사업비를 보조하게 됐다. 이른바 ‘상향식공모제’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군은 2005년에 문제가 되고 있는 6km 구간에 대한 사업신청을 했으며 같은 해 12월 15일 확정돼 2006년 국비 7억9000만원을 교부받은 이후 현재까지 21억9600만원의 사업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영산강 하천정화사업 기본계획’이다.

현재 익산국토관리청에서 수립용역 중인 이 계획은 그동안 이수(利水)와 치수(治水)에만 치중했던 하천관리개념을 버리고 자연친화적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하천 둔치의 콘크리트 포장물이나 아스콘 포장을 모두 철거하는 사업이다.

이 계획의 기본 개념은 ‘최대한 자연상태에 가깝게 하는 것’으로서 담양시장 옆 천변을 보면 예전과는 다르게 콘크리트 포장으로 직강화 돼있던 수변이 전부 자연석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수초가 자랄 수 있게 함으로써 수생식물과 어류의 생태환경을 복원하는데 의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업주관기관인 익산국토관리청은 본래의 자연환경에 가까워지기 위해 둔치에 포장된 콘크리트나 아스콘을 전부 뜯어내는 공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본격적인 하천정화사업이 시작되면 99년 설치했던 담양교(일명 양각다리)~양각교 백진공원 구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 1.7km는 철거될 것이 불을 보듯 자명하다.

또 대나무 시장이 막대한 이전 비용을 들여 양각교 밑으로 이전했으나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이전해야 하는 이유는 제방 안쪽에 있기 때문이다. 처음 향교교와 만성교 사이에 있던 대나무 시장이 양각교 밑으로 이전했으나 다시 삼다리 제방 밖으로 이전하는 이유는 하천관리에 대해 ‘최대한 자연상태에 가깝게’라는 기본개념을 가지고 있는 익산국토관리청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나무 시장의 이전이 완료되면 시장 터에 남아있는 콘크리트 포장이나 인공물은 모두 철거된다.
현재 영산강 하천정화사업이 계획수립 상태여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민단체와 합의해 발제한 용역의 기본개념이 ‘최대한 자연상태에 가깝게’이므로 ‘있는 자전거도로도 뜯어 낼 판’이라는 결과는 쉽게 도출할 수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 하천재해예방사업 기본계획

익산국토관리청의 ‘영산강 하천정화사업’은 건교부가 추진 중인 ‘하천재해예방사업 기본계획’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어구에 의한 의미 자체부터 전자는 ‘하전정화’ 수준이지만 후자는 말 그대로 ‘재해예방사업’이다.
이 하천재해예방사업의 큰 골격은 이러하다. 강물이 범람할 수 있는 습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제방을 높이고 또 높인 제방을 강화하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덧붙이고 수해로 제방이 훼손되면 다시 더 큰 제방을 쌓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홍수가 져 강물이 범람하면 범람할 수 있도록 습지를 마련해 줌으로써 자연의 섭리에 맞추는 것이다.

“강물이 쉬이 범람하는 곳이면 그 강물이 범람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어 줌으로써 홍수를 조절하고 평시에는 습지로 관리해 생태계를 보존한다.” 것이 하천재해예방사업의 기본개념이며 이 또한 앞서본 영산강 하천정화사업의 ‘최대한 자연상태에 가깝게’와 일맥상통한다.

이 용역은 현재 금성면 담양호 하부~석현교~대곡교 구간에 강물의 선형에 맞춰 습지가 들어설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하천재해예방사업이 모든 문제를 아우르는 '집합명제'로 떠올랐다. 바로 문제되고 있는 자전거도로 6km 구간의 모든 용역을 'STOP'시키고 있는 것이다.

郡은 자전거이용 활성화사업 개시를 위한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익산국토관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산강 하천정화사업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 용역이 진행되고 있던 상태인데 건교부의 ‘하천재해예방사업 기본계획 용역’과 중복돼 지난 5월 16일 과업이 중지됐으며 중단된 용역은 건교부의 용역 완료 시까지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자전거도로’ 문제는 없나?

자전거법 제18조(자전거도로의 이용제한)는 “모든 자동차 및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운전자는 자전거전용도로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통행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모든 보행자는 자전거전용도로 안에서 자전거도로를 따라 보행함으로써 자전거의 통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으로써 자전거전용도로엔 자동차는 물론 농기계, 사람도 다닐 수 없게 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크다. 군이 계획하고 있는 6km 구간은 제방 바깥이 거의 논일뿐만 아니라 심지어 제방 안쪽 둔치조차 불법경작지가 많다. 현재 이 지역의 농민들은 대부분 제방 위 뚝방길을 농로로 사용하고 있으며 몇몇 식당의 진입로로도 사용되고 있다.

만약 자전거도로를 제방에 설치하는 제방형 자전거도로로 개설한다면 자전거도로에 진입한 농기계며 자동차, 오토바이, 농사꾼 등 사람들은 전부 자전거법 위반이 된다. 실제로 이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계획을 급변경한 자전거도로가 바로 담양교(일명 양각다리) 밑에서 시작되는 자전거도로이다.

현재 수변형으로 설치된 담양교~양각교 구간 자전거도로는 원래 제방형으로 설치하려 했으나 마을 진입로와 겹쳐 계획을 변경, 수변형으로 설치한 사례다.

이러한 문제점을 피해 수변형으로 설치한다하더라도 ‘영산강 하천정화 사업’이나 ‘하천재해예방사업’에 의해 다시 뜯겨져 나갈 개연성이 클 뿐만 아니라 현재 건교부 용역과 중복돼 애초부터 설치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담양교부터 양각교 구간의 하천수변형 자전거도로. 이용자가 없어 잡초만이 무성하다.

▣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비춰보면 “국비나 군비가 아닌 자신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라면 과연 잡초만 우거진 자전거도로의 현실을 보고도 자전거도로를 개설하려고 할까?”라는 명제가 도출된다.
6km의 자전거도로 개설문제가 우리에게 던지는 것은 “자전거 이용을 얼마나 활성화하는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재정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낭비되고 있는가?”이다.

사람들의 접근성이 높은 주택가 인근의 담양교~양각교 구간 자전거도로가 활용 없이 폐허가 된 사실을 반영한다면 “과연 담양호 하부까지 자전거를 가지고 가 그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금월교까지 자전거를 탈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쉽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나 관방제림에서 자전거가 대여되는 이유는 그늘이 있고 경치가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6km구간은 어떠한가? 간단히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은 둘이다. “논에 물 보러 나간 노인이 자전거전용도로이므로 자전거 통행을 방해할 수 없어 논을 지척에 두고도 자전거도로를 피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하나와 “뙤약볕 아래 달리는 자전거가 농삿일로 바쁜 사람 부딪치지만 않으면 다행이다.”라는 둘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군관계자는 “‘자전거이용 활성화 사업’에 교부된 국비는 특별교부세로서 전용이 불가하다.”며 “지정된 사업에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국가에 반납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임감 있는 지자체라면 “낭비될 개연성이 높은 국비를 반납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예”라고 답할 소신이 있어야 한다. 또 스스로에게 “일부러 산악자전거도 즐기는데 자전거도로가 꼭 아스콘포장이 필요한가?”라는 질문도 던져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선진행정이자 아래로 부터의 개혁’이기 때문이다./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