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재-천치재-오정자재까지

담양과 순창군의 접경 지역인 밀재 입구에 호남정맥 들머리임을 입증케 하는 표식기들이 일행을 맞이한다.

많은 이들이 다녀간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초입 부분은 반질반질 윤이 나있다.
참나무숲길을 조금 오르면 오름길이 갑자기 가파르고 눈앞에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는다. 힘겹게 암벽에 올라서기가 무섭게 더없이 가파른 오솔길이 일행을 시험케 한다. 땀나게 오르다보니 눈앞이 갑자기 훤해진다.

봄의 정령이 산야에 와 있음을 알리려는 듯 분홍빛 속살을 감춘 진달래가 수줍은 듯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트리고 노란 생강나무도 일행을 위해 아낌없이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등 봄의 산행이 즐겁기만 하다.

산 아래 쌍태리 약수터 대나무 밭과 저수지가 멀리 보인다. 약수를 뜨기 위해 주차 해 놓은 차량들이 장난감처럼 작게 만 느껴진다. 조심스럽게 바위를 따라 발길을 옮긴 끝에 추월산 정상에 도착했다.

추월산 관리사무소에서 만든 추월산 정상표지목이 서있는 정상은 암릉으로 이루어져있고 장소가 그리 넓지는 않으나 한 폭의 그림 같은 담양호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지금까지 추월산 정상으로 알았던 곳은 보리암 정상이고 이곳이 진정한 추월산 정상임을 수십 년 만에 알게 된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순창군에서 조성한 임도가 추월산 뒷자락 까지 이어진다. 산불 발생 시 방재선을 구축 하는데는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자연을 훼손한 것아 왠지 모르게 씁쓸하기만 하다.

멀리 금성산성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담양호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채 일행은 발길을 옮겼다.

자리를 뜨자마자 이정표 삼거리가 일행을 맞이한다. 좌측 월계리 1.6km, 직진 보리암 1.5km. 좌우측에 모두 표식기가 많이 걸려있다.

월계리 방향으로 목표를 정하고 발길을 옮기는 발 아래서 사각 거리는 낙엽의 감촉이 기분 좋은 산행을 예고한다. 바위 길을 조심조심 내려서 오다 보니 전망이 기가 막힌 봉우리에 이르게 됐다. 예비 산꾼이 준 개념도를 보니 730봉이다.

일대가 전부 바위고 특히 우측 보리암 방향은 거의 깍아 내린 듯 한 절벽이 펼쳐지다 숲과 어우러진 담양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위 위에는 소나무들이 서있어 절경을 이룬다.

암릉을 따라 가다보니 소리봉 정상임을 알리는 정상표지가 매달려있다. 급한 연락을 접한 일행의 사정에 의해 다음 산행을 기약하고 견양동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사각 거리는 낙엽소리를 반주삼아 내리막 길을 따라 오다보니 견양동에 도착했다. 아직까지 지난해 殘雪이 계곡 바위틈에서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도룡뇽 알이 군데 군데 뭉쳐 있다. 계곡을 벗어나 마을 입구 저수지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추월산의 마루금이 거대한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전원마을처럼 느껴진다.

호남정맥 추가 산행
(오정자재-천치재-견양동)

차일피일 미루다 계절이 바뀐 뒤에야 가마골과 순창군과 경계인 오정자재에서 추가 산행을 시작했다.

쇠사슬이 가로막고 있는 농로를 따라 들어가니 수많은 호남정맥 종주자들이 걸어둔 표식기들이 즐비하다. 표식기를 따라 올라서니 농장 울타리와 정맥길이 함께 이어진다. 울타리에 고압 주의를 알리는 푯말이 군데 군데 부착돼 있고 울타리 철사가 소나무 깊숙이 파고 들어가 오랜 세월이 흘러갔음을 반증케 한다.

울타리를 따라 올라서니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고사리가 군락을 이루는 능선이 일행을 맞이한다. 능선 끝에서 우측으로 꺾어 철망을 따라 급하게 내려서니 무성한 풀숲을 잠시 지나고 다시 밤나무 밭이 있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아침 이슬로 목을 축이던 노루가 노란 엉덩이 부분만 보여준 채 숲속으로 이내 자취를 감춘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니 전망이 좋은 암릉 지대가 나온다. 추월산을 필두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봉우리들이 각자 위용을 자랑하며 장관을 이룬다. 아침 일찍 산행에 나선 인기척에 놀랐는지 바위에서 일광욕을 하던 뱀들이 슬금슬금 사라진다.

산죽 숲으로 된 내리막을 따라 가다보니 용추사와 장암을 넘는 임도인데 사람통행이 없는지 관리상태가 나쁘다. 임도를 건너 올라서니 다시 산죽 밭이 시작되고 소나무 숲을 완만하게 오르다가 가파로운 오르막이 시작된다. 동물들의 배설 흔적이 곳곳에 즐비하다. 심산유곡임을 증명하듯이 취나물도 사람 손을 타지 않아 군락을 이루고 있다. 향긋한 취나물의 내음을 음미하며 오르다 보니 헬기장 표시가 선명한 용추봉이 일행을 뜨겁게 맞이한다.

주변을 조망하며 숨은 고른 일행은 내리 쬐는 태양을 피해 숲으로 몸을 옮겨 가다보니 임도가 나온다. 안내판이 있는 임도를 따라 새빨간 산딸기가 일행을 유혹한다. 임도 좌측엔 시멘트로 바닥을 깔은 곳도 보이고 산불초소가 있다. 가마골 야영장 건물을 발 아래 두고 차량통행도 가능한 넓은 산판도로를 따라 터덜터덜 올라가다보면 대나무를 조림 한 것이 보이고 길옆에는 붉은 색 페인트로 칠한 ‘특용작물 재배지역’이란 간판도 서있다.

산딸기의 맛에 취해 아무생각 없이 가다보니 경로를 이탈했다. 예비 산꾼의 알바로 별 다른 고생 없이 정맥길로 다시 접어들어 산행을 계속 할 수 있었다. 예기치 못했던 경로 이탈로 인해 난생 처음 더덕을 캐는 행운도 안게 됐다. 더덕의 향기가 온 산을 뒤덮는 것처럼 진하기만 하다.

소나무와 잡목이 섞인 숲을 진행하다 보니 간벌을 해놓은 곳에 도착했다. 저 멀리 천치재와 포도밭이 보인다. 포도밭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준비해간 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무농약으로 재배한 상추와 깻잎이 가장 먼저 바닥을 드러낸다. 꿀맛 같은 점심시간은 왜 이리도 짧기만 하던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추월산을 향해 천치재에서 들머리를 잡고 발길을 옮겼다.

흑염소 목장에서 설치한 울타리를 따라 오르니 송전탑이 나온다. 송전탑을 뒤로 진행하다 보니 오르막이 심한 등산로가 오후 산행에 나선 일행들을 지치게 한다. 531m 봉우리위에 올라서니 조망이 좋다. 왼쪽 아래로 천치재로 연결된 U자형으로 굽어진 도로가 보인다.

봉우리에 올라서니 바람이 시원하게 잘 불어준다. 눈 앞에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봉우리가 떡 허니 버티고 서있다.

급격한 오름길이 이어지는 710봉우리가 일행들의 발길을 천근만근 무겁게 다잡는다. 헐떡거리는 가슴을 부여 않고 한발 한발 내딛은 것이 드디어 결실을 맺어 확 트인 봉우리 정상이 일행에게 편안한 휴식과 경치를 선물로 제공한다.

여름 산행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견양동으로 하산했다. 견양동 계곡은 오랜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 군데군데 웅덩이에는 깨끗한 물에 산다는 1급 어종들이 바위틈으로 몸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계곡물로 산행으로 뜨거워진 발을 식히자 원기가 충전됨을 느낄 수 있다. 여름 산행만의 행복감일 것이다. 차창 밖으로 서있는 추월산의 마루금이 6월의 햇살에 빛을 발한다./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