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임은 춘천의 ♥입니다”, “歡春大吉”

호반의 도시, 닭갈비와 막국수의 고장, 소양강 처녀가 연상되는 춘천을 무대로 펼쳐진 제19회 춘천마임축제 행사장 입구에 게첨 된 홍보 플래카드에서 춘천과 마임의 뗄 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와 센스 있는 홍보 전략이 눈에 띈다.

광주를 출발한지 5시간여 만에 춘천에 도착한 일행들은 여장을 풀기가 무섭게 밤의 정령이 활개를 치는 10시경, 축제가 열리고 있는 고슴도치섬으로 향했다.

마임하면 어린 시절 흑백 TV를 통해 시청한 ‘웃으면 복이와요’의 오래된 희극 배우와 빨간 피터의 고백의 추송웅씨, 우스꽝스러운 찰리 채플린 등이 전부인 나에게 마임은 생경스럽기만 하고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은 벅찬 마음으로 임했다.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 것은 임근우 작가의 ‘코스모스-고고학적 기상도, 마음의 정화 코스’였다.

어지러운 현실세계(도시의 일상)와 재미나는 이데아의 세계(고슴도치섬)를 이어주는 연결다리에 깃발 터널을 만들어 그 속을 지나는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는 ‘마음정화 코스’ 일명 ‘5분 세차 코스’를 통과하자 이날의 메인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불면의 시작 ‘미친 금요일’의 무대에 이르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일행들은 쭉 늘어선 줄에 합류했다.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옮긴 끝에 입구에 다다른 일행은 축제 관계자가 나눠주는 ‘행복해 지는 알약’을 하나씩 받아들었다. 콩알 만 한 초콜릿 한 알인데 이렇게 큰 의미 부여를 주는 마법의 약으로 변하다니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미친 금요일이 펼쳐진 주 무대로의 입장은 은빛 반짝이들이 가로 막고 있는 터널을 통과하기가 무섭게 동물의 탈을 머리에 쓴 상명대학교 라이브 밴드의 음악이 고요한 고슴도치섬을 일탈의 세상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평상시 같으면 한적한 산책로에 설치한 컴퓨터 모니터에는 마임 작가들의 몸짓이 이어진다. 無言의 몸짓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작가와 영적 교감을 갖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나 난해한 그들만의 언어 전달에 백기를 들고 자리를 옮겼다.

똑 같은 모양의 생선 대가리 들이 바닥에 널 부러져 있다. 그 위에 도마 하나. 그 도마 위에 생선 대가리 하나. 생김새는 물론 색깔 모두 똑같은 생선이다. 작품 ‘더 리얼’은 생선 대가리가 쓸모없이 버려지고 있는 것처럼 인간 역시 이제는 쉽게 버려지고 있는 현실을 표현한 작품이란다.

유키오 와구리, 코젠샤의 ‘영혼의 여행’은 현대 일본의 샤머니즘과 춤, 육체와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는데 누군가 영혼에 사로잡혀 무아지경에 빠진 채 지하세계로 떨어져서 지옥을 헤매다 다시 중간세계로 되돌아가고 마침내 빛을 찾게 되면서 구원을 받게 되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미친 금요일’이 전개되고 있는 혼돈의 세상에서 잠시 정신을 되찾기 위해 발길을 옮기던 일행은 수영장 옆에서 펼쳐지고 있는 연극 한편을 보게 됐다.
열혈예술청년단의 오이디프스-섬이다. 아쉽게도 공연은 막바지를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섬으로 숨어든 오이디프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섬의 왕으로 추대되고 미망인인 왕비와 혼인한다. 얼마 후 섬에 심한 역병이 돌고 그것이 부친을 살해하고 모친과 동침한 자에 대한 천벌이라는 예언이 들린다. 그 범인이 오이디푸스 자신임을 알게 되어 끝내 파멸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공연 중간 중간 울리는 핸드폰 소리와 지나는 이의 고성이 극의 흐름을 끊어 아쉬움이 많았지만 실내 공연 무대를 벗어나 야외에서 펼쳐진 연극을 접한 것은 쉽게 접 할 수 없는 좋은 추억으로 갈무리 된다.

고슴도치섬 중앙부에 자리한 구멍가게에서 행사 도움미로부터 ‘미친 금요일’의 정체성을 알게 된 것은 어쩌면 행운일 것이다.

“미친 금요일은 미치지 않으면 축제가 아니다”
“신선한 일탈을 꿈꾸는 자여, 예술 마니아들이여, ‘미친 금요일’로 오라!”

“공산품 같은 축제에서 식상한 재료로 만든 행사에 질린 이들의 종착지가 바로 춘천마임축제의 ‘미친 금요일’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공장에서 찍어낸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탄생시킨 '미친금요일'은 초기 도깨비난장의 정신과 열정의 끈을 놓지 않고 회귀한 포스트 도깨비 난장입니다.”

“각종 퍼포먼스와 영상, 음악이 펼쳐지는 동안 이러한 열정은 섬 전체로 전이되며 자유로운 발산의 공간으로 만들어 집니다”

거침없이 미친 금요일에 대해 설명해 가는 도우미의 얼굴에서 축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봉사정신이 느껴진다.

‘미친 금요일’에 대한 일행들의 평가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예술가와 관객의 구분되어지지 않고 서로의 관계가 합쳐진다. 이러한 마니아들의 정신과 분위기는 난장이라는 공간에서 커다란 파도가 되어
바다를 이루고 그 안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사람은 바로 관객 자신이다. 일상을 벗어나는 탈출구이며 새롭게 부활한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미친 금요일은 용기 있는 마니아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발광지대이다.“

춘천호의 기분 좋은 바람이 새벽이 왔음을 예고한다. 오전부터 빽빽하게 짜여진 도깨비 난장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춘천인형극장 회의실에서 축제의 야전사령관인 유진규 예술감독과 작전참모라고 할 수 있는 최석규 부예술감독 으로부터 축제 전반에 대한 브리핑이 토요일 오전부터 열렸다.

최석규 부감독은 “춘천 마임축제는 순수 예술(공연)과 축제(난장)가 결합된 특색 있는 축제로 세계적인마임축제인 프랑스 미모스 마임축제, 영국 런던 마임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축제이다” 며 “특히 순수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축제로 춘천을 국제적인 마임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든 힘은 축제를 사랑하고 아껴온 많은 공연자와 스태프, 시민들의 땀방울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그는 마임을 이렇게 정의했다.

“말 보다 더 진한 몸의 언어로 끊임없이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마임은 인간의 몸이 얼마나 아름답고 자유로울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예술의 장르이고 말과 글로 넘을 수 없는 인종과 언어의 벽을 뜨거운 호흡과 차가운 침묵으로 소통케 하는 새로운 의사구조입니다”

공감하지만 아직까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최 부감독의 말이 이어진다.
“축제 초기에는 광대 삐에로 회칠한 공연가들이 무대를 주름잡았다면 이제는 서커스, 음악, 무속 등 다양하고 새로운 현대 예술공연이 주를 이루고 있는 등 시대 변화상을 반영하고 있다”며 “축제 준비자로서 공연성과 축제의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관람객의 눈높이를 고려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중이다”고 밝혔다.

최 부감독은 “그 방안의 일환으로 시공간 전략에 따른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주중에는 축제 정체성을 고수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극장 중심의 실험무대 프로그램, 주말에는 자연 속 축제로서 관광객을 겨냥해 대중성을 갖춘 야외중심 프로그램을 중점 배치하고 있는 한편 양로원 정신병원 교도소 군부대를 비롯 주민 갈등의 현장을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문화의 저변화 및 지역 화합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주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 부감독은 “축제의 출발을 알리는 개막난장인 아! 水라장은 시민과 공연, 스태프가 하나 되어 개막공연과 더불어 각종 부대행사가 진행되어 시내 한복판을 흥겹고 신이 나는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 시킨다” 며 “춘천시내 곳곳과 극장에서 다양한 공연이 주중에 관객을 만나게 되는 '아! 水라장'은 2007춘천마임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이자 정화와 화합을 의미하는 ‘물’의 이미지를 주제로 수많은 시민들과 스태프, 자원 활동가, 공연자들이 한데 어울려 도심 한가운데에서 난장 한마당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 水라장은 모두가 하나 되는 화합의 장이자 다양한 놀이와 공연으로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장이다. 이는 사라져가는 과거의 대동제가 현대적으로 재창조되어 이시대의 시내 한복판에서 발현함으로서 더욱 한국적이고 독창적인 축제로 발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며 “이처럼 각종 공연, 퍼포먼스, 부대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는 동안 관객은 어느새 2007년 춘천마임축제의 막이 올라갔음을 인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부대행사에 대한 설명에서도 열의를 보였다.
“2007춘천마임축제의 부대행사는 그 여느 해보다도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준비되어 있다. 고슴도치 섬에서 열리는 부대행사는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작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다양한 배울 거리와 즐길 거리를 마련하고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놀이마임’이라는 주제로 극단 사다리의 유홍영 상임연출가의 지도로 천, 손, 탈을 이용하여 마임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을 비롯 풍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쉽게 배울 수 있는 ‘풍물배우기’, 엄정애 극단인형엄마대표가 담당하고 있는 탈 만들기 등 직접 제작하고 배우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춘천마임축제에서의 즐거웠던 추억을 담아 부칠 수 있는 마임우체국과 마임 소원 마당, ‘기억해, 행복해, 간직해’의 마임 타임캡슐이 관객들의 많은 이야기와 미래와 현재를 이어줄 시간여행으로 떠남을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예술과 끼가 숨 쉬는 기념품 시장은 홍대 프리마켓의 예술가 등이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는 춘천마임축제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고 고슴도치섬 곳곳에 각종 설치, 전시 및 쉼터가 준비되어 관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마임 1세대이자 춘천 마임축제 예술감독, 마임의 집 대표인 유진규 마임니스트가 무대 대신 강연대에 올랐다.

유 감독은 “춘천 마임축제는 아이디어로 승부한 축제이다. 타 지자체에서 홍보 예산에 2억원을 투입하는 것에 비해 마임축제는 플래카드, 배너, 인쇄물 통 틀어 2500만원이다. 다만 5월 한달 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문화면은 물론 사회, 관광레저 섹션 지면에 소개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며 “온라인의 경우는 주 관객층인 20-30대를 겨냥해 인터넷 동호회와 홈페이지를 통해 메일링 등 차별화 전략을 시도해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홍보물에 내빈 축사를 게재 하지 않는 대신 개회식도 연출의 일부분으로 승화시켜 시장, 의장, 국회의원들을 퍼포먼스화 하는 등 철저히 민간단체 주최로 행사가 치러지고 축제인원도 탄력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춘천 마임축제만의 독특한 매력이다”고 강조했다.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캐나다 7핑거스의 트레이시스 공연은 1시간이 촌음처럼 짧게만 느껴질 정도로 스피드한 박진감과 스토리 구성이 탄탄한데다 출연자들의 기술이 경지에 이른 듯 했다.

도시적 감성이 묻어나는 힙합색채의 서커스, 아크로바틱, 농구, 스케이트보딩, 클래식 피아노, 댄스, 유머 등이 복합되고 중국 기예단을 연상케 하는 서커스 공연이 한데 어우러져 기립박수를 받고 퇴장 할 정도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일행은 도깨비 난장이 펼쳐지고 있는 고슴도치섬으로 다시 향했다.
밤에 본 고슴도치섬과는 달리 낮의 고슴도치섬은 감흥이 달랐다. 역시 도깨비는 낮보다는 밤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다리 밑 무대에는 일본의 전통 음악과 의상이 어우러져 작은 불부터 큰 불로 이어지는 불춤이 선보이고 있다. 출연진들이 불을 붙이고 불의 검을 사용하여 싸운다. 불과 춤을 추고 불이 춤을 추는 파이어 댄스를 뒤로 한 채 강원 민예총 문학위원회 주관으로 마임으로 읽는 문학전이 열리고 있는 올훼의 땅(예부룩)곳으로 향했다.

아직 준비가 덜 됐는지 스텝들의 발길이 바쁘기만 하다.

추억의 음악다방에서 울려 퍼지는 귀에 익은 음악들이 발길을 잡지만 폭 넓은 마임의 세계를 접하기 위해 야외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마임의 대가들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칠 때 마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느낀다. 일반적인 연극 공연과 달리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것이어서 감흥이 남다르다.

고슴도치 구멍가게 앞에 자리한 모닥불이 불을 밝히자 하나둘 씩 관람객들이 모여든다. ‘기자님 여기요’라고 적혀진 프레스센터 앞에서 게릴라 공연이 펼쳐졌다. 모두가 하나가 된다. 본 공연은 새벽 4시에 무대에 오른 단다. 맛보기 공연이지만 즐거움을 선사한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마임만이 주는 선물일 것이다.

2박3일간의 축제 연수가 종점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번 축제 연수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성공한 축제에는 축제 전문가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의 장석범 운영본부장, 거창 국제연극제의 이종일 집행위원장, 춘천 마임축제의 유진규 예술감독 등 남다른 열정과 기획으로 전국은 물론 전 세계인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축제 전문가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축제의 주최는 관이 아니라 순수 민간단체에서 주축이 되어 치러나가야 하고 역발상의 홍보 기법들과 지역민의 자발적 참여가 한데 어우러져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우뚝 설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담양주간신문·장성군민신문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