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처리…개인 간 ‘신의’에 달려있는게 현실

지난달 초 한 건설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별다른 보상책이 없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소규모 주택건설업을 운영하던 이 사망자는 ‘1인기업’으로 주로 조립식 인슈판넬건물을 짓는 일을 했다.

일이 있을 때면 그 때 그 때 마다 1~2명의 잡부를 고용해 단기직원으로 채용하고 “이 일은 얼마정도 걸리니 일이 끝나면 얼마를 주겠다. 일이 끝날 때까지 꾸준히 나와달라.”는 식으로 구두계약을 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때문에 직접 당사자인 자신은 물론 직원들의 산재보험이란 있을 수 없었다.

불행하게도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에겐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가 주류를 이룬다.
노동자 안모씨는 “산업재해에 대해 관심이 있고 재해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도 한 ‘지역’내에서 재해부분에 대해 내놓고 얘기하기가 껄끄럽다.”는 게 현실이다.

그는 이어 “건설현장에 투입되기 전에 ‘단기보험’이라도 사업주가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어도 보험에 대해 얘기해 본적이 없다. 만약에 다치면 사업주의 능력 안에서 책임지고 병원비와 보상을 대주는 것이 ‘이쪽계통의 법’이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러한 ‘개인적 신의나 의리’에 기초한 구두계약은 만약 피고용자가 산업재해를 입어 장기간의 요양을 필요로 할 경우 거기에 대한 보상은 전적으로 고용자의 자력(資力)에 달려있으며 자력이 없는 경우 ‘안주면 못 받고 식’이 되고 만다.




단종건설면허를 갖고 소규모주택건설을 하고 있는 한 업자의 말이다. “종합건설이 아닌 이상 직원을 상시고용해야 하는 의무는 없으므로 주택의 건설이나 보수 주문이 들어오면 그 때 인부와 구두계약을 한다. 처음엔 서류로 작성해봤으나 일용직 특성이 나오기 싫으면 안 나오면 그만이기 때문에 서류를 꺼내놓고 이것저것 작성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또 “실제 일반적 주택건설은 목수, 창호, 페인트 등 모든 것이 각 부분에 대한 ‘하청’으로 최대한 자신에게 돌아올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다.”며 “만약 산업재해가 발생했으나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던 피해자가 노동청에 고소하는 경우 사업자가 피해보상능력이 없는 경우엔 일단 노동청이 보상을 해주고 추후 노동청은 그 사업자에게 구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노동자 A씨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오라는 곳이 많아 일이 안 떨어지고 꾸준히 번다. 일이 있으면 항상 불러주니 고맙고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데 산재보험 얘기 꺼낸다는 자체가 이상하고 그러다 보니 잊어먹고 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건설현장에서 허리를 다쳐 집에서 요양 중이다. B씨는 “업자와는 친구사이로 그 친구사정 다 아는데 뭐라고 말도 못하고 병원비 조금 받았다.”며 “아는 사이에 무조건 법으로 하는 것보다는 참는 것이 상책이다.”는 자조 섞인 말을 했다.

인력대기소를 운영하고 있는 장모씨는 “먼저 관내 일용건설노동자가 얼마나 되나 정확이 파악 돼야한다. 또 무허가 건설업체도 부지기수다. 단종건설업체뿐만 아니라 페인트공이나 목수들 밑에서 일하는 잡부들은 정말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모두들 친분으로 일을 하는데 누가 껄끄러운 이야기를 꺼내놓겠는가!”라며 “소개소를 거치는 경우 불이익을 막을 수 있는데 대기소에 나가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니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용직 건설노동자라도 다 같은 것이 아니다. 큰 기업체의 건설현장에서 재해를 당하는 경우엔 노동법에 의해 정상적으로 보상을 받아 생활이 가능하지만 지역에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개인건설업자 따라다니며 그 때 그 때 연명하는 사람들은 전적으로 자신을 고용한 개인건설업자의 양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해 행정에서 나서야 한다. 적어도 그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몇 명이나 되는지 정도는 파악돼야한다.”며 “매개체 없이 개인적 친분으로만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 피해는 대부분 노동자에게만 전가된다.”며 지역 내 일용건설노동자들의 현주소를 말했다.

이런 이유 중 큰 하나는 “생활보호대상자가 일 나갔다 다처 산재 처리돼 돈을 받게 되면 생보자 지원이 끊긴다.”며 “막노동하는 사람들은 생보자가 많은데 생보자지원이 끊긴다고 하면 누가 신고를 하겠냐”며 현실에서 벗어난 법규를 꼬집었다.

장씨는 “郡에서라도 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건설노동자에 대한 단기보험 등 최소한의 재해대비책도 없는 것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면 사후 해결을 위한 방안이라도 마련 돼야한다.”며 “노동자들도 인력조합이라도 결성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