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궁도의 맥을 잇고 있는 총무정(사두 최용만)에 겹경사가 났다. 박태희, 장현필 사원이 명궁 반열에 오른데 이어 총무정 사원 중 처음 명궁을 획득한 최재훈(49)씨가 궁극의 단(段)인 9단에 올랐다.

궁도의 단은 초단인 1단부터 9단까지 있으며 9단을 획득하기 위해선 5발씩 10번을 쏘는 승단시험에서 145m 떨어진 과녁에 39발 이상 맞춰야 한다.

현재 347개의 활터 6만여명의 궁도인구 중 대한궁도협회 회원은 2000여명에 달하며 이중 9단은 17명뿐으로 최재훈씨가 16번째를 기록했다. 또한 9단까지 보통 20년 이상 걸리는 승단기간을 최 명궁은 12년 만에 획득해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어 전남·광주 궁도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부인의 권유로 처음 활을 잡은 최재훈씨. 지금 그의 가족은 모두 궁도인이다. 현재 군복무 중인 아들 우성, 시영 형제도 입대 전 궁도로 수련했으며 시영군은 최연소 초단합격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최 명궁은 “처음엔 궁대(화살을 차기 위해 허리에 매는 끈으로 활을 쏘지 않을 땐 활을 넣어둔다)에 그려진 무궁화가 뭔지도 몰랐다.(무궁화 하나는 1단을 뜻한다) 3년간은 아무것도 몰라 입단시험도 보지 않았는데 전국을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알게 되니 궁도의 세계가 무궁무진했다.”며 1995년 처음 집궁한 때를 기억한다.

현재 죽물시장에서 ‘현재죽물’을 운영하고 있는 최 명궁은 직업이 두 개다. 하나는 본래 직업인 대(竹)장사이며 또 하나는 대구광역시체육회 궁도대표선수이다.

“처음엔 취미로 하던 운동이 실력이 늘자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 각 시도에서 궁도선수를 뽑는다는 것을 알고 도전했고 땀 흘린 만큼 대가는 돌아왔다.”

현재 그는 3년 동안 몸담았던 전남대표를 마치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자 대구광역시로 이적해 5년째 활동 중이다.

“1년이면 80일 정도 합숙훈련에 참가해야 하니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날이다. 집에 있으면 일에 매달여야 하고 개인훈련도 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활 쏘는 사람들은 한량’이라는 주위사람들의 생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처음 활을 쏘기 시작해선 허약해진 몸을 위해 술·담배도 끊고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전국의 명궁들을 찾아다니며 몸으로 익혔다는 최 명궁. 그의 성공으로 그에게서 활을 배운 후배 5명도 전남·북과 충남에서 대표선수로 활약 중이며 명궁도 6명이 배출됐다.

최 명궁은 “‘최초’라는 기록이 주는 의미가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너무 무겁다. 전국 어디를 가나 ‘담양출신’이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매사에 신중을 기한다.”며 “오늘이 있기까지 지켜봐준 총무정 선배들과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힘이 돼준 집사람에게 모든 영광을 돌린다.”며 부인 김현숙씨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