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에 빛 잃은 ‘銀輪’
녹색교통 자전거 취지 살려야

한 때 학생들이 타고 온 자전거로 장관을 이루던 담양중학교 자전거보관소 터, 지금은 공터로 자동차주차장으로 변해있다.
주로 읍과 무정, 월산, 봉산면 지역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이용하던 자전거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지금은 ‘자전거도로’가 따로 생겼어도 등하교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처럼 우리 곁에 ‘자전거도로’가 생긴 지 꽤 됐지만 그 기능은 거의 전무하다. 특히 우리지역엔 영산강 시원의 의미를 살려 담양천변에 자전거전용도로가 개설돼 있지만 “애꿎은 예산만 축냈다”는 비난만 있을 뿐이다.

현재 군에서는 빨간색과 파란색 두색으로 인도를 양등분하여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하고(이를 ‘보행자·자전거 겸용도로’라 한다) 자전거이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자전거 이용이 편하도록 인도의 턱을 낮추는 등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현실은 ‘할아버지 마실용’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도로 위를 달리고 있어 교통체증이나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전거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창수(코렉스자전거)씨의 얘기다.
“예전엔 주고객층이 학생들이었다. 지금은 제일 싼 것이 자전거인데도 이용하는 사람들은 노년층이 주류를 이룬다. 담양에선 자전거의 활용이 거의 없다.”

김씨는 이어 “중·고등학생들이 등하교에 사용한다고 자전거를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판매되는 종류의 90%가 부인용자전거이다. 레저·스포츠용은 거의 없어 오히려 도시보다도 자전거이용률이 떨어지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 기술을 배우고 이 길에 들어선 지도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담양읍내에 25개의 자전거점포가 있었는데 지금은 단 3개만 남아있다. 자전거 수리기술도 사양길이라 배우는 사람이 없어 이발이나 양복점처럼 우리 곁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마지막 자전거수리공이 될 것 같다.”며 애석해 했다.

이렇게 자전거이용률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선 “차량이 너무 증가해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멀리하게 됐고 자전거도로라고 만들어져 있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아 자전거가 다시 도로 위에서 위험한 질주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전시행정으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가 실용성을 높이고 차량운전자들이 자전거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조심운전을 한다면 담양처럼 자전거생활이 적합한 도시는 없을 것이다.”고 자전거 활용에 대해 조언했다.

그러나 ‘자전거도시’의 희망은 너무 멀다.
현재 담양교 아래부터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하며 자전거도로가 개설돼 있다. 그러나 그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는 찾아볼 수 없고 토사와 잡풀만 우거져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도 또다시 ‘수변형 자전거전용도로’ 설치를 위해 약 8억원이 책정돼 시공을 기다리고 있다.

군 관계자는 “영산강 시원인 담양호부터 대전면 태목리까지 1차사업구간으로 올해부터 사업을 시작할 예정으로 현재 도면제작 등 설계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수변형 자전거전용도로를 잘 만들어 레저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보행자·자전거 겸용도로’를 정비해 학생들의 등하교에 자전거가 다시 이용되도록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자전거이용자가 차량에 위협받지 않도록 운전자의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도로로 내몰리지 않고 자전거를 이용해도 안심할 수 있도록 운전자들이 주의를 기울인다면 녹색교통수단인 자전거는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올 것이다”며 운전자들의 주의와 내일을 내다보는 선진행정을 요구했다./ 서영준 記者